2016_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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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20:40

김연아·박태환·손연재…‘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린 스포츠 스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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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생활체조 동호인들과 함께 늘품건강체조를 익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4년 11월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생활체조 동호인들과 함께 늘품건강체조를 익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체육계에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던 걸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스포츠계에도 튀었다. 피겨여왕 김연아와 마린보이 박태환은 정부에 ‘찍혀’ 피해와 협박을 받았으며, 최순실씨의 최측근 차은택씨가 주도한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한 체조요정 손연재와 도마의 신 양학선은 ‘후폭풍’을 맞고 있다. ‘체육계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체육계를 마음대로 주무른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 등이 어떻게 스포츠 스타들에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봤다. 1. ‘늘품체조 행보’에 엇갈린 김연아 - 손연재·양학선 지난 19일 <한국방송>(KBS)은 김연아가 “차은택이 주도한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거절해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고 보도했다. (▷“김연아, 늘품체조 거절 뒤 미운털”) 늘품체조는 최순실씨 최측근인 차씨 주도로 제작됐으며 한국스포츠개발원이 2년 간 개발한 국민건강체조가 차씨의 개입 뒤 늘품체조로 바뀌어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2014년 11월26일 열린 이 체조의 시연회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고, 손연재와 양학선 등도 함께 했다. 김연아는 시연회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과 유스올림픽 홍보로 정신이 없어서 참석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는 최씨의 조카인 장시호씨의 측근이 “(장씨가) 김연아는 찍혔다고, 쟤는 문체부에 찍혔어. 그런 거예요. 왜라고 물었더니 찍혔어, 안 좋아(라고 얘기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 뒤 김연아는 공교롭게도 대한체육회가 선정하는 ‘2015 스포츠영웅’에서 제외됐다. 김연아는 인터넷 투표에서 12명의 후보 가운데 82.3%의 압도적인 지지로 1위를 했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최종 선정에서 빠져 논란이 일었다. 당시 유은혜 민주당 의원은 “선정위원회에서 50살 이상 선수를 대상으로 하자는 의견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히며 “처음부터 나이 제한 등 규정을 정한 뒤 투표했어야 하지 않냐”고 비판했다. 지난해 8월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행사에서 김연아가 옆에 섰던 박 대통령의 손을 슬며시 피하며 시선을 돌리는 듯한 모습 등이 담긴 영상도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반면, 당시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했던 손연재, 양학선은 후폭풍에 휘말렸다. 일각에서는 손연재가 최씨의 최측근인 김종 전 차관이 부임한 뒤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손연재가 대한체육회가 주관하는 체육상에서 2014년 최우수상, 2015년 최우수상, 2016년 대상을 받았는데, 지난 10년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만 대상을 수여했던 전례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와 함께 손연재가 박 대통령이 다녔던 차움의원에 아시아선수권 개입종합 2연패 축하 떡을 돌렸다는 게시물 등이 인터넷에 나돌면서 그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손연재 소속사 갤럭시아SM은 21일 “늘품체조 참석은 국가적 체조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대한체조협회와 문체부의 요청을 받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체조선수로서 선의를 가지고 참석하게 됐다”고 밝혔다. 차움의원 논란에 대해서도 “고질적 건강 문제로 국내에 체류할 때마다 차움 뿐 아니라 유명 재활병원과 한방병원 등 여러 의료기관에 다녔다. 차움에는 2014년 초부터 방문하였으며 검진, 약처방 및 치료비를 정상적으로 수납했다”고 밝혔다. 특혜 의혹이 불거진 대한체육회 체육상에 관련해서는 “체육대상은 전년도 현역 선수들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손연재는 2015년 광주하계 유니버시아드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획득하고, 제7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하는 등 대상 수상 후보로서 손색이 없는 활약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2. ‘무소불위’ 권력에 휘말린 박태환·김동성 - 이규혁 “당시엔 (김 전 차관이) 너무 높으신 분이라 무서웠다.” 21일 아시아수영대회 4관왕에 오른 박태환이 일본 도쿄 시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종 전 차관의 리우올림픽 포기 외압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앞서 박태환 쪽은 지난 5월25일 대한체육회 관계자와 함께 김 전 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 기업 스폰서와 연결해주겠지만, 출전을 고집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압력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태환 “김종 무서웠지만, 올림픽에 나가고 싶었다”)
박태환이 21일 도쿄 시내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아시아수영대회 출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박태환이 21일 도쿄 시내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아시아수영대회 출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박태환 쪽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기업 스폰서) 그런 건 내가 약속해줄 수 있다. 그렇게 해주려는 기업도 나타났다. 단국대 교수 해야 될 것 아냐. 교수가 돼야 뭔가 할 수 있어”라며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라고 강요했다. 박태환이 올해 8월 리우올림픽에 나가지 못할 뻔 한 이유는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 때문이다. 그는 2014년 9월 도핑검사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여 1년6개월의 자격 정지를 받았다. 이를 마치고 지난 4월 선수 자격을 회복했지만, 대한체육회 규정은 도핑 관련자는 징계 만료일로부터 3년이 지나야 국가대표가 될 수 있어 이중징계 논란이 일었다. 김 전 차관이 이토록 박태환의 출전을 막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선, 김 전 차관의 ‘몽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태환의 출전을 막은 해당 규정은 2013년 10월 김 전 차관이 부임하면서 바꾼 것이다. 그는 차관 취임 뒤 첫 사업으로 ‘스포츠 4대 악 척결’을 외치며, 최순실씨의 사업이나 딸 정유라, 조카 장시호 등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 둘째는 ‘정부에 미운 털이 박혔다’는 주장이다. (▷“박태환, 박근혜 행사 안 가 미운털 박혔다”) 21일 <경향신문>은 대한체육회 고위 관계자가 “박태환이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의원 시절 주최한 한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이후 미운털이 박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동성이 장시호의 ‘강릉시청 빙상팀’ 감독 자리 제안을 거절한 것을 처음 보도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JTBC 갈무리
김동성이 장시호의 ‘강릉시청 빙상팀’ 감독 자리 제안을 거절한 것을 처음 보도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JTBC 갈무리
빙상스타 김동성과 이규혁은 장시호씨의 ‘체육계 농단’을 두고 희비가 엇갈렸다. 김동성은 장씨가 제안한 ‘강릉시청 빙상단’ 감독 자리를 거절한 것이 보도되며 ‘최씨 일가의 제안을 거절한 유일한 남자’로 화제가 됐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과정 없이 한 번에 올라가면 언젠가 탈이 난다는 걸 알고 있다”고 거절 사유를 밝혔다. 반면, 이규혁은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자신이 전무이사로 있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설립 과정에 대한 질문에 “장시호를 전혀 모른다”고 답했으나, 며칠 만에 “시호라는 이름은 낯설다. 유진(장시호의 개명 전 이름)이는 중학교 후배이고 오랜 친구”라고 말을 바꾸었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장씨가 창립을 주도하며 김 전 차관의 도움을 받았다. 실적도 없는 단체임에도 1년 새 6억7000만원의 정부 예산을 챙기고, 제일기획 등 삼성 쪽을 압박해 16억원의 지원금을 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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